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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2일(일) 소토왕골암장 등반 후기

Ystory96 2026. 7. 18. 18:02

2026년 7월 12일(일) 소토왕골암장 등반 후기


설악산 파크 리조트에서 한밤중에 눈을 떴다. 어젯밤 뒷풀이 정리 후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잠이 들어버린 것 같다. 꼬박 40 시간만에 숙면을 취했더니 내 몸이 놀래서 한창 잘시간에 깼나보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다음날 소토왕골 등반을 가기 위해 필요한 짐을 정리하였다. 재학생들을 잘 자고 있으려나..? 솜다리에서 솜방망이로 두들겨 맞아가지고 온몸이 쑤실 것 같은데,, 근데 또 그런 재미로 가는 것 아니겠어? 하지만 그 후유증은 나에게도 찾아왔다. 형들의 배려 덕분에 홀로 방을 쓰게 되어서 너무 행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7시 눈을 떴는데 몸이 안 움직여서 잠깐 눈을 감았다. 그러고 다시 눈을 떳는데 7시 50분이 되어 있었다. 8시 출발인데 왜 아무도 연락이 없지? 아..! 더 늦게 출발하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창밖을 봤는데, 남이형과 의철형은 이미 부지런히 차량을 정리하는 것 같으셨다. 더 자고 싶다는 게으른 생각을 집어던지면서 형들도 이렇게 일찍 준비하시는데 어서 나가자!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내려왔다.

8시 30분, 어제 영배형이 선물로 주신 등산화가 남이형 차에 있어서 일단 내 것을 신고 나왔다. 오늘은 바위 접지력을 위해 등산양말 2켤레를 신었다. 확실히 등산이 편리해졌다. 재학생들을 따라 말로만 듣던 인생 첫 설악산 소토왕골암장 어프로치를 가는데 발걸음이 너무 가벼웠는지 의철형이 ‘연주야, 발이 동동거린다’고 하셨다. 산에만 들어오면 이상하게 축지법을 쓰고 싶더라니 ‘산에 오래다니려면 뛰지 말아야지’ 생각하며 그런 들뜬 마음을 억누르고 함께 암장으로 향했다.


계곡 물소리가 들릴 때쯤 점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땀을 식혀줬다. 그곳이 바로 소토왕골 암장이었다. 나무가 울창하여 그늘도 가려주고 계곡이 있어서 물에 발을 담글수도 있었다. 강한이형이 회상에 젖으셔서 옛날 옛적 야영을 할 수 있었던 때에는 알탕도 하고 고기도 구워 먹었다고 말씀해주셨다. 정말로 야영하기 좋은 사이트였다.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비록 삼겹살은 구워먹을수 없었지만, 의철형이 정성스레 준비해오신 삼각김밥과 각종 행동식을 먹으면서 충분히 만족하고 등반 준비를 하였다. 핸드폰으로 소토왕골 암장의 개념도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두세 군데 루트를 정했는데, 5.7 ‘험한세상의 다리가되어’ 5.9 ‘어떤이의꿈’을 이뤄야지! 생각했지만, 결국 10a나 되는 빗자루를 쓸게 되었다. 그 와중에 창학형이 암장을 조사하여 정보를 주르륵 말씀해주셨는데 살아있는 백과사전 같아서 너무 감탄스러웠다.


현역들은 벌써 등반 준비가 끝나고 인섭이가 ‘빗자루’, 현석이는 ‘독사’, 각각 선등을 섰다. 구경만으로도 너무 재밌었다. 10.b라고 써있는 ‘독사’가 사실상 10.a의 난이도가 아닌 바람에 현석이가 이틀 연속을 추락의 즐거움을 느꼈을 것 같다. 보는 사람도 짜릿했다. 사실 바위에 붙어보지 않고서는 등반자의 마음을 알 수 없으니, 그저 위를 올려다보면서 어떨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보았다. 나도 붙어보자! ‘빗자루’ 탑로핑 5피치정도 되는 바위에 발을 올렸다. 눈으로 보기에는 잡을 곳이 많아 보였지만 역시나 등반을 시작하니 생각만큼 편안하지 않았다. 손을 더듬어가면서 다음 홀드를 찾았다. 홀드를 찾을 때는 나만의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볼트를 보면서 당시 루트를 개척한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과연 등반가는 수많은 홀드 중에서 어느 것을 잡고 올라갔을까? 초크는 어디에 많이 묻혀있을까? 고민하며 하나씩 나아가면 올라갈 수 있다.

빗자루 역시 크럭스가 있었는데, 3피치쯤이었고 벽이 서있으면서 확실한 홀드가 보이지 않아 아슬아슬했던 구간이 있었다. 나 또한 그곳에서 겁을 먹고 5초정도 패닉이 되었었다. 하지만, 10.a에서 떨어지는건 너무 창피하여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더 좋은길을 찾았다. 맞다. 그 잠깐의 순간 압박감을 이겨내고 오로지 바위에 온 집중을 다하면 평정심을 찾을 수 있다. 현경형의 여러 명언 중에는 ‘등반을 잘하기 위해서는 잡고 안 놓으면 된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게 참 신기하게도 잡고 버티면 다음 홀드가 보인다. 너무 오래 버티면 안된다. 팔에 펌핑이 오기 때문에 차라리 다음 홀드가 보이지 않더라고 발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다리 힘으로 버티고 팔을 더듬으면 반드시 구멍 하나라도 보이기 마련이다. 그 곳에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을 넣고 일어서서 다시 버티면 또 왼쪽 너머에 잡을 곳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나는 마지막 피치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 잠깐의 용기로 얻는 성취감은 나의 일상에 큰 힘이 된다. 이러한 후담을 같이 등반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웃을 수 있으니 더욱더 즐겁다.


소토왕골 암장을 올해 알게 된 것은 내게 행운인 것 같다. 앞으로 최소 30년은 이곳을 찾아올 수 있으니 모든 루트를 경험해볼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스카르파나 미우라 암벽화부터 새로 사야겠다. 지금은 턱걸이 2개정도 되는데도 다른 등반가들에 비하면 힘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 물론 어깨 인대가 조금 다쳐서 힘을 제대로 못 썻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둘째치고 작은 홀드에 발을 딛고 올라설 때 확신이 부족했다. 그것은 바로 단피치를 위한 암벽화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TC-프로 없이 슬랩을 할 수 없듯이(물론 나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렇게 하산을 하였다.

솜다리를 함께 등반한 현경형, 남이형, 현주형, 인섭이, 현석이 너무너무 고맙고 소토왕골 암장을 같이 한 김한식 교수님, 강한이형, 창학형, 의철형, 현경형, 인섭이, 현석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모두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항상 건강하시어 다행이고, 오랫동안 형들과 함께 등반 다니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5년 만에 늘 함께 다녔던 형들과 다시 등반을 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내후년 언젠간 트랑고를 가는 날을 꿈꾸며 등반일지는 이렇게 마무리하겠습니다:)

ps. 새벽에 쓰니까 감성이 몽골몽골 해지네요ㅎ